학교를 다니면 방학이 늘 있었는데, 늘 뭔가 특별한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휴가가 주어져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거나, 계획했던 일을 해내야지 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다르다.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에너지가 바닥난다. 결국 소파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다. 나만 그런가? 내향인이라 그런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조차 집안일로 다 써버리니 더 지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브라이언님처럼 엄청난 대청소를 하는 것도 아니다. 😅
20대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심심한 적도 있었다. 결혼도 안 했고 친구들도 바빠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니, 짝꿍이 생겨서 심심할 틈이 그때보다는 덜하다. 물론 매일매일 흥미로운 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덜 외롭다.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심심할 틈도 없고, 둘이서 집안일을 나눠서 하다 보니 덜 힘든 느낌이다.
그렇다고 방학 때마다 거창한 걸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뭘 해야 의미 있는 방학생활을 보낼지 고민하지만, 결국은 평범하게 방학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더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기대치가 조금 낮아진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방학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나름의 성장이 아닐까 싶다. 20대 때는 늘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방학이라고 해서 꼭 대단한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결혼을 한 뒤, 짝꿍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소중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30대의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이걸 30대인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도 참 웃기다. 젊었을 땐 당연히 뭔가를 성취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다니 말이다. 그래도 늦게라도 알게 된 게 어디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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