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지난 주말에 갔던 카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서로 다른 장면을 떠올리며 다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날 우리가 창가 쪽에 앉아 있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친구는 분명히 가운데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확신에 차 있었지만, 결국 누군가는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특정 사건을 다르게 기억할까? 이건 단순히 주의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올 때 종종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은 마치 비디오처럼 정확하게 재생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퍼즐 조각들을 다시 맞추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뇌는 그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여기저기서 끌어와서 하나의 그림으로 다시 조립한다. 이때, 그 조립 과정에서 빠진 부분을 우리 뇌가 적당히 채워 넣게 된다. 뇌는 빈틈을 싫어하기 때문에 누락된 정보를 유사한 경험이나 상식으로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억은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의 감정과 상황도 기억 왜곡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처음으로 면접을 본 날을 떠올려보자. 면접관이 우리에게 미소 지으며 질문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미소는 그저 우리의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한 상상일 수도 있다. 긴장된 상태에서 뇌는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하거나, 반대로 불안감을 더 크게 기억할 수 있다.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기억일수록, 사실과 다르게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도 우리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친구가 그날 카페에서 "너 그때 커피를 흘렸었잖아!"라고 말하면, 비록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내가 그랬었나?' 하며 그 기억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말이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기억이 덧붙여지거나 바뀌는 현상을 '허위 기억'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이런 허위 기억은 진짜처럼 생생하게 남을 수 있다.
결국 우리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흐릿하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재구성되며, 심지어는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저장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억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기억의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매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면 오히려 뇌는 너무 많은 정보로 과부하 상태에 빠질 것이다. 기억의 왜곡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며, 우리가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덜 중요한 부분을 흐리게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다음번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서로 다른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누가 맞는지 굳이 다투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해보자. '아, 우리의 뇌가 또 새로운 퍼즐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이런 불완전함이 바로 인간다운 것이고, 기억이 단순히 사실을 저장하는 기능 그 이상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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