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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일상 기록

롤 칼바람 초가스, 남은 건 상처 뿐

by 세납장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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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남편과 가끔 시간이 나면 게임을 같이 하는데, 최근에는 '롤 칼바람'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하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상대 집을 다 부수는 게임이다.
 
내가 알고 있는 롤 지식에 대해 설명하자면,
 
1. 롤 캐릭터는 완전 멋지다.
2.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어서 진짜 완전 멋지다.
3. 애니메이션도 재밌고 (최근 Arcane을 봄), 매년마다 내는 음악도 진짜 멋지다.

징크스 일러스트
징크스 사랑해

 
4. 예전에는 롤토체스를 좀 했었다.
그 이유는 협곡을 몇 번 도전 했었는데, 내가 뭘 하는지 알 수가 없거니와 내 눈👁️, 손🖐️, 뇌🧠 모두 따로 놀아서 포기했다. 롤토체스는 좀 더 여유가 있는 편.

5. 칼바람은 협곡보다 부담이 적어 가끔 한다. (진짜 가끔이다. 평생 롤 플레이 시간 다 합쳐도 10시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즉, 나는 개노답이다.

머쓱 짤
머쓱..

 
어찌 됐건, Riot(롤 회사)은 완전 멋진 캐릭터들과 음악, 영상을 뽑아내고 있고, 유튜브에서 볼 때마다 개노답인 나를 롤에 로그인하게 만든다. 먹방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어쨌든 어젯밤에도 자기 전 한두 시간 정도 칼바람을 하고자 로그인을 하고 게임에 들어갔다.
 
남편이 뭐라고 뭐라고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아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일 것이다. 아쉽게도 내 뇌에 담기지 못하고 귓구멍을 그대로 통과한다.
대답은 열심히 한다. '그렇구나'

챔피언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나는 원딜이나 서포트를 주로 하는데, 몇 판을 하면서 자신감이 좀 붙은 나머지 탱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참고로 자신감이 생긴 이유는 럭스로 딜 7000을 하다가 10000을 넘기는 일이 생기면서 붙은 자신감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개노답이란 것을..
 
아무튼 탱을 해보자! 하는 마음 + 어려운 것은 할 수 없다를 생각해 남편에게 어떤 탱이 쉬운지 물어보았다.

롤은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는데, 칼바람은 자신에게 있는 챔피언 중 랜덤으로 미리 지정해 준다. 그리고 할당된 챔피언이 마음에 안 들면 주사위를 굴려 바꿀 수 있으며,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챔피언은 화면 위쪽 서랍장 같은 곳에 박힌다.
 
남편에게 탱을 하고 싶다고 하니 마침 누가 버려둔 초가스를 보며, 해보라고 추천해 줬다. (처음에 이름이 '쵸'가스인 줄 알았다. 훨씬 귀여운 느낌이지 않나? 쵸가스 외에도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던 챔피언 이름으로 워웍, 호웨이 등이 있다.)

워윅
워웍: 롸?


협곡은 거의, 정말 거의 안 해봤지만 초가스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완전 큰 보라색 꼽등이다. 하지만 진짜 꼽등이처럼 점프를 할 수는 없다. 무거워서 기어 다니는 듯하다.
 

초가스 일러스트
이렇게 멋있는데, 내 초가스는 왜..

이건 초가스 일러스트고,

초가스 케릭터
팔을 들며 이이잉-

 인게임 속 초가스는 이런 모습니다.
 

서둘러 op.gg를 보며 스킬들을 읽어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을 들어갔다.
 
나는 RPG 게임이 익숙한데, 자고로 RPG에서 탱이라면 우리 편을 지키고 앞에서 나대며 총알받이 하는 역할이라 생각하며 힘차게 두 팔을 흔들며 걸어갔다.
 

초가스 케릭터
나름 위엄(?) 있다.

 
결과는 뻔했다. 적들은 옳다구나 하고 나를 때렸고, 나는 파리채에 잡힌 꼽등이처럼 죽었다.

그 당시에 나는 '엥 버그인가' 하며 몇 번 이 짓을 더 반복했다.
 
아- 아이템을 아직 안 사서 그렇구나!
엥 생각보다 아프네 물약을 사야지.
흠, 신발을 안 사서 그런가? 초가스는 신발 6개는 사야 하는 거 아냐?? 왜 이렇게 느림?
R 궁극기로 체력을 덜 늘려서 그런가??
아이템 이제 3개나 샀으니까 괜찮겠지.
... 
아니, (화남)
 
허무했다. 나의 초가스 탱은 그렇게 납짝쿵이 되었다.
그리고 찾아본 여러 영상들을 보니, (사실 봐도 잘 모른다.) 탱이라고 나대면 죽는다는 것.
앞에서 나대지 말고 주위에 풀떼기를 이용하면서 숨었다 나왔다 하며 한 두 명씩 낚을 것. 
등등..
 
내가 딱 이해할 수준까지만 보았다.
 
다음에 다시 초가스를 할 기회가 올진 모르겠지만, 다시 도전해 보아야겠다.
 


 
처음 내가 남편에게 했던 질문이 생각난다.
 
나: 초가스는 몸집이 커서 풀숲에 생기면 더듬이 같은 게 보이지 않을까?
 
남편은 그대로 내 말을 무시했다.



남편: E 눌러봐
나: (W를 누르며) 안되는데?
남편: 아니, E 말이야
나: (W를 연타하며) 그니까 E
남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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