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미국 서부로 현재 기온은 38도에서 40도를 웃돈다. 무척 더운 날씨에 입맛이 뚝뚝 떨어진 나를 보고 남편은 '오늘은 외식이다.'라고 외치며,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평소였으면 가기 전 어디를 가는지, 그곳에 어떤 메뉴들이 있는지 탐색 또 탐색을 했겠지만, 그날은 너무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아무 계획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남편이 가자는 데로 몸을 맡기고 싶었다.
40분 정도 운전을 했을까, 도착한 곳은 한국 돼지갈비 음식점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돼지갈빗집에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이 더운 날씨에 돼지갈비를?'
남편은 내 손을 이끌고 가게 문을 열었다.
자리를 잡은 뒤, 소금 돼지갈비와 동치미국수를 시켰다.
메뉴에 일반 동치미 국수가 있고, 작은 맛보기용 동치미 국수가 있었는데, 우리는 잠시 맛보기용 두 개를 시킬까 고민을 했지만 이내 남편용으로 일반 하나, 내 걸로 맛보기용 하나를 시켰다.
참고로 일반 동치미국수는 $17, 맛보기는 $9 이었다.
"여기 동치미 국수가 유명해. 외국인들도 잘 먹더라고."
한국에서 동치미국수보다 냉면을 더 접해온 나로서는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과연 나도 좋아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특히 외국인들도 잘 먹는다는 말에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면 맛이 상상과는 다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잠시 남편과 학교, 회사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음식이 나왔다. 돼지갈비는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금방 나왔는데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곧 바로 동치미국수도 나왔다. 생긴 건 꽤나 심플 했다.
소면에 동치미 국물, 살얼음, 할라피뇨와 슬라이스 된 토마토.
테이블 한 쪽 구석에 배치된 겨자를 살짝 뿌리고, 젓가락으로 잘 풀어준 뒤 국물을 살짝 맛보았다.
아-
우리가 먹어 왔던 동치미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덜 시큼하고 살짝 더 달았다. 지글지글 아직도 뜨거운 돼지갈비를 앞접시에 덜어놓고, 국수를 한 입 먼저 했다. 후루룩 시원하게 들어오는 면발은 쫄깃했다.
돼지갈비는 짭조름하고 기름기가 빠져 담백하니 맛있었다. 특히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불향이 좋았다. 양념이 되지 않은 소금 돼지갈비는 동치미국수 맛을 더 좋게 만들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동치미국수 진짜 맛있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잘 데리고 간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나고, 집 앞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서 혹시 동치미국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재료가 간단했고, 국물도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 마트에 가면 이런 '동치미 냉면 육수'를 $1 이하 가격으로 하나씩 살 수 있다. 4봉지 정도 산 후, 집에 와서 얼려뒀다가 먹으려고 꺼낸 육수 사진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가게에서 먹던 맛과 거의 비슷했다.
사실 더 맛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오이를 잔뜩 넣어서였을까? 아무튼 만들기도 간단하고 너무 맛있는 동치미국수 만드는 법을 적어보려 한다. 동치미 냉면 육수는 1인분에 2개 쓰는 것을 추천한다.
동치미국수 만들기
1. 소면을 적당히(라고 쓰며 한 움큼) 삶은 후, 차가운 물에 충분히 씻어 준다.
2. 면을 삶는 동안, 좋아하는 야채들을 손질해둔다. 나는 똑같이 할라피뇨 반 개 정도 썰어 넣었고, 오이도 잔뜩 넣었다. 토마토나 방울토마토를 좋아한다면 한두 개 정도 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했던 시원한 육수를 큰 그릇에 넣고, 면을 넣어준다.
4. 그리고 썰어 둔 야채를 넣은 후, 겨자를 입맛에 맞게 넣은 뒤 먹는다.
이보다 쉬운 레시피가 있을까?
사실 재료만 있다면 만드는 걸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레시피다.
한국에는 아마 더 다양한 동치미 육수가 있을 것이다.
입맛이 없을 때,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쫄깃한 국수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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